2023. 9. 21. 09:23ㆍ이슈&포커스
[공정언론 창업일보]3,300만원 짜리 해외출장 후 '구글링 복붙(복사+붙이기)' 표절 보고서를 낸 국가철도공단이 논란이다. 국가철도공단 직원은 유럽 및 일본 출장 후 타 기관 보고서 베꼈으며 더구나 10년도 더 된 리포트도 베껴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국민을 농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드세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철도공단(KR)이 유럽, 일본 출장을 다녀온 후 작성한 결과보고서에서 타 기관 보고서, 해외 리포트 등을 그대로 표절하거나 짜깁기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철도공단 측은 "사전 취득 정보 인용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해외를 다녀온 후 '누더기 복붙 보고서'를 제출한 데에 따른 업무 태만 및 외유성 출장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철도공단 직원 8명은 지난 6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철도시설 및 역세권개발 벤치마킹’을 위한 유럽과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두 개조로 나뉘어 각각 유럽 8박 10일, 일본 3박 4일 일정을 소화했다. 철도공단 측은 출장 추진 개요에 ‘국외 선진개발사례 조사 후 신규모델 구축방안을 마련’이라고 작성했다.
그런데 이들이 출장 후 작성한 보고서 곳곳에서 표절 흔적이 포착됐다. 해당 보고서 중 특정 문장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본 결과, 철도공단 측이 작성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철도시설 및 역세권개발 벤치마킹 결과보고서’는 과거 타 공공기관에서 작성된 보고서 및 리포터 일부를 그대로 베꼈다. 특히 표절한 자료들의 작성 연도가 평균 2010년대 초반인 것을 감안했을 때,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출장 취지 역시 무색해 보인다.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공단 측은 베르시 협의개발지구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란에 '1987년 파리도시계획연구소(L Atelier Parisiend Urbanisme: APUR)는 베르시 지구 개발 기본계획(12ha 공원, 인프라 및 중산층 포함 주거단지, 베르시 센강변과의 접근성, 교통네트워크 체계 등) 설정'이라고 작성했다.
이는 2011년 국토연구원에서 작성한 ‘파리의 산업이전적지를 활용한 도시재생의 시사점’ 리포터와 완전히 같은 내용이다. 해당 리포터에는 ‘1987년 파리 1987년 파리도시계획연구소(L Atelier Parisiend Urbanisme: APUR)는 베르시 지구 개발 기본계획(12ha 공원, 인프라 및 중산층 포함 주거단지, 베르시 센강변과의 접근성, 교통네트워크 체계 등) 을 설정’이라고 쓰여 있다. 공단 측이 작성한 출장보고서와 그대로 일치한다.
이외에도 ‘1983년에는 파리시 의회에서 파리 동지역 개발 계획안이 가결됨에 따라 프롬나드 프랑테에 대한 구상이 주요 개발계획에 포함’, ‘1985년 프랑스 국유 철도회사는 모든 화물 운송 활동을 전면 재편성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Reuily 기차역을 포기하였고 파리시는 이 지역을 협의개발지구로 설정’ 등의 내용이 출장보고서에 똑같이 담겼다.
철도공단 측이 타 기관의 보고서를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또 있다. 출장보고서 중 일본 역세권 벤치마킹 내용은 국토교통부 소관 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에 올라온 '대도심 프로젝트-마루노우치 리포트'(2010) 일부와 동일하다.
출장보고서 35페이지에 따르면 도쿄역 부근 마루노우치 지구가 역세권 벤치마킹의 사례로 언급돼 있다. 계획내용 및 도입기능과 추진성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리포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차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이드라인에서 제안하는 (중략) 쾌적형 향상을 도모'라고 쓰인 부분은 리포트에서 쉼표(,)나 작은 따옴표('') 등을 삭제하고 그대로 썼다.
이외에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유라릴 역세권 개발사례 해외행정 우수사례 보고서 (2009) △국토연구원 해외출장보고서의 '강릉시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계획과제 및 추진전략 도출을 위한 일본의 도시재생사례 지역 답사 및 관련자료 수집’(2013) 등 일부 내용을 출장보고서에 ‘복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철도공단 측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사전 취득 정보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현지 여행사나 에이전트 없이 공단 직원들이 직접 현장 답사를 갔다. 인터넷 검색 등 타 기관의 선행 출장보고서와 현황 자료 등을 학습하는 것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보고서 내용 중에 사전 취득 정보를 일부 인용하여 작성한 문제점을 확인했다"라며 "앞으로는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격한 출장 관리와 함께 보고서 내용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가철도공단이 '국외 선진개발사례를 조사하겠다'며 국민의 세금을 들여 해외 출장을 다녀와 놓고 10년도 더 된 해외 리포트를 '복붙'해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고서 제출 이후 검증 시스템 등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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