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8. 19:31
[공정언론 창업일보] 지난해 정부가 과학기술계를 카르텔 조직으로 폄훼하며 올해 R&D예산을 대폭 삭감했지만,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카르텔’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이준석 의원실이 과기부에 ▲임자가 정해진 연구개발 ▲기업보조금 성격 연구개발 ▲뿌려주기식 연구개발 등 카르텔 유형별 사례를 요구했지만, 과기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한국연구재단 역시 ‘해당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또, 이 의원실이 ‘연구개발 카르텔 타파 성과’ 자료를 요구하자 과기부는 R&D 예산을 ‘재구조화 및 효율화’했다는 답변으로 대체했다. 그동안 R&D예산 삭감의 근거가 됐던 ‘카르텔’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 의원은 국가 R&D예산이 작년 31.1조원에서 올해 26.5조원으로 대폭 삭감된 뒤, 국민적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개발 포기가 속출하고, 대학원생들이 생계를 걱정하는 등 과학기술 인력 이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올해 초 KAIST 학위수여식에서는 ‘R&D예산 복원’을 주장하던 졸업생을 밖으로 끌어내는 소위 ‘입틀막’사건까지 발생했다.
R&D예산 삭감은 작년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데에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연구개발 카르텔’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과기부와 함께 ‘연구개발 비효율 혁파’를 주제로 실무당정협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은 “연구개발(R&D)의 비효율과 카르텔적 요소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년도 R&D 예산을 29.7조원으로 편성해 2023년 수준으로 회복됐다면서 비판여론의 화살을 피하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R&D예산 삭감과 관련한 책임자들은 대부분 교체됐다. 올해 2월, 이례적으로 과기부 1·2차관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동시에 교체됐고 이종호 장관도 교체됐다.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 출신으로 ‘실세차관’으로 불렸던 조성경 제1차관은 8개월만에 교체돼 경질성 인사라는 소문까지 퍼졌다.
이준석 의원은 “장차관이 바뀌고 국회도 제22대로 교체되면서 이제 남은 건 문제의 출발점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뿐”이라며, “실체 없는 의심으로 연구현장에 대혼란을 일으키고,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은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