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 철분, 칼슘 함량이 높아 여성 건강에 탁월

2024. 2. 27. 10:42이슈&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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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에 딱 좋은 온기 오래 품는 메생이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뜻 가진 순우리말
김 양식 방해로 천대받던 게 특산물로 귀한 대접
‘굴’과 궁합 좋아…전, 부침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

[공정언론 창업일보] 본격적인 봄이 오면 맛보기 어려운 수산물을 꼽자면 바로 매생이다.

추위가 깊어 질수록 맛도 깊어지는 매생이는 3월까지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다.

그래서 겨울이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뜨끈한 매생이국을 찾으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실 같은 가느다란 매생이 가락들을 한데 모아 굴이나 떡과 함께 푹 끓인 매생이국은 추운 날씨에 온기를 채워주기 때문에 겨울 별미로 으뜸이다.

매생이 특유 성질 때문에 열을 가해도 김이 나지 않아 뜨거운 줄 모르고 맛보다간 입천장을 데기 십상이다. 하지만 코와 혀를 자극하는 바다향과 고소한 맛은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 오래전부터 별미로 꼽힌 매생이

녹조류인 매생이는 생물 분류상 갈파래목 매생이과에 속하며, 매산(苺山)이라는 단어에 접미어 ‘이(伊)’가 붙은 ‘매산이’가 음운변화를 거쳐 ‘매생이’라 불린다.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의미를 가진 순우리말이다.


매생이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매산태’로 소개되며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르고 빛깔은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럽고, 서로 엉키면 잘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매생이가 조선조 장흥군의 진상품으로 기록돼 있고, 「세종실록」에는 ‘전라도에서 세금으로 바치는 토산품으로 매산이’가 있다고 전해지는 것처럼 전라도 해안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매생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매생이는 전라남도의 청정해역에서 자라나는 지방 특산물로 주로 날이 차가워진 겨울에 채취하며 11월에서 3월까지가 제철이다. 4월이 지나면 색이 변하고 억세져서 맛이 없어진다.



▲ ‘천덕꾸러기’에서 ‘효자’로 바뀐 매생이

매생이는 물이 잘 드나들며 조류가 완만히 흐르고 오염되지 않는 청정해역에서 주로 자란다.

과거에는 매생이 포자를 붙인 대나무 발을 바다에 펼쳐두고 발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매생이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양식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매생이 인공 채묘 기술 등이 발달해 전남 완도나 고금도 등지에서 대량으로 양식되고 있다.

9월에서 10월 매생이 자연 군락지에서 채묘를 한 뒤, 연녹색을 띌 정도로 자라면 양식장으로 이식을 해서 키워낸 후 채취한다.

매생이는 청정지역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해 수온이 내려가는 11월 하순부터 어린 매생이가 나오고, 이듬해인 1월에서 2월 사이에 최대로 성장하게 된다.

채취된 매생이는 물에 깨끗하게 행군 뒤에 적당한 크기로 뭉쳐 판매하는데 이때 쓰는 단위를 ‘재기’라고 한다. 한 재기의 무게는 대략 350~400g 정도로 소포장하거나 열 재기를 한 상자로 포장해 유통된다.

매생이는 본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해초류 중 하나다. 남도지역에서는 김이나 굴을 주로 양식하는데 매생이가 생산물들 사이에 이끼처럼 군생해 품질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방해하는 해적생물로 여겨졌다.

때문에 어업인들이 매번 매생이를 제거하기 위해 염산을 뿌리는 등 힘든 작업을 이어가야 했다.

산지에서는 별미로 소비되긴 했지만, 운반과 보관이 쉽지 않아 유통되기 어려웠고. 생산량도 부족해 다른 지역에 알려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2000년대 대량 양식이 가능해지고, 언론을 통해 지역 별미로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매생이는 신선도 유지가 중요한 수산물로 채취 후 바로 현지에서만 주로 맛볼 수 있었으나, 냉동기술의 발달로 제철이 아니더라도 전국에서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식품이 됐다.

▲ 미운 사위에게 주는 매생이국

매생이는 파래와 비슷하나 올이 더욱 가늘고 촘촘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 올들이 밀집되어 촘촘하게 뒤엉켜있기 때문에 매생이의 섬유질들은 보온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국에 매생이를 넣어 끓이면 연기나 김이 잘 나지 않아 뜨거움을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고 짙은 색깔 때문에 오히려 차가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뜨겁기에 입을 델 수도 있다.

보온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먹기 제격이며 두부와 궁합이 좋다.

남도에서는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을 준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집 보낸 딸 고생시키는 사위에게 입천장 데라고 매생이국을 대접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 5대 영양소를 포함한 매생이

매생이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등 5대 영양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완벽한 식품이다.

철분 함유량이 우유보다 40배 가량 높아 빈혈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며 철분손실을 막아주기 때문에 여성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유명하다.

또한, 칼슘과 요오드 성분이 있어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매생이에 함유된 니아신 성분은 수축된 혈관을 복구하고 혈액 응고에 도움을 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여 혈류 개선에도 좋다.

타우린 성분 및 아스파라긴산을 함유해 간 기능을 향상시켜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숙취 해소에도 탁월하다.

씹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긴산 및 식이섬유를 함유해 장운동에 좋아 변비에도 효과가 있으며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은 음식으로 꼽힌다.

▲ 무엇이든 잘 어울리는 다재다능 매생이 요리

일반적으로 매생이는 물에 끓여 탕으로 먹는 것이 유명하며, 짙은 해초의 향과 함께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전, 볶음, 무침 등 각종 요리를 해 먹어도 모두 잘 어울린다.

매생이와 가장 궁합이 좋은 재료는 ‘굴’이다. 추운 겨울 비슷한 시기에 생산이 되면서 영양과 맛을 모두 사로잡는다. 매생이국에 굴을 함께 넣어 끓여주면 해초의 맛과 진한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재료도 간단하다. 멸치육수에 매생이 1재기와 굴을 넣어주고 푹 끓인 후 다진마늘과 간장만 살짝 넣어주면 완성이다.

이에 더해 매생이에 떡을 넣거나 두부를 넣으면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술안주와 해장을 함께 할 수 있는 ‘매생이라면’도 있다. 라면을 끓이면서 소주 한잔 정도의 매생이만 같이 끓여주면 얼큰하면서도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안성맞춤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쌀가루나 부침가루를 매생이와 함께 반죽한 뒤 팬에 기름을 두르면 고소한 ‘매생이전’이 되고, 이외에도 계란찜이나 계란말이를 만들 때 함께 넣으면 색다른 맛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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